## 마트에서 산 분갈이 흙, 그대로 쓰면 안 되는 이유
식물이 무럭무럭 자라 화분 밑으로 뿌리가 빠져나오거나, 흙이 딱딱하게 굳어 물이 잘 빠지지 않을 때 우리는 '분갈이'를 결심합니다. 대형마트나 다이소에 가면 '분갈이용 배양토' 혹은 '분갈이 상토'라고 적힌 커다란 흙 포대를 쉽게 살 수 있습니다. 많은 초보 식집사분들이 이 흙을 사 와서 화분에 그대로 채워 식물을 심곤 합니다. 포장지에 '모든 식물용', '영양 가득'이라고 적혀 있으니 당연히 완벽한 흙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일반 상토만 100% 사용해 분갈이를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높은 확률로 과습 지옥을 경험하게 됩니다. 시중의 분갈이 흙은 대부분 코코피트나 피트모스처럼 '물을 오래 머금는 성질(보수성)'이 매우 강한 재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비닐하우스나 농장처럼 온도가 높고 사방으로 바람이 치는 환경에서는 이 흙이 금방 마르지만, 통풍이 제한적인 일반 가정 실내에서는 흙이 마르지 않고 며칠 동안 축축하게 뭉쳐 있게 됩니다.
결국 뿌리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썩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식물이 건강하게 숨을 쉬기 위해서는 이 일반 상토에 물이 잘 기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배합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흙 속에 숨구멍을 뚫어주는 조연들: 펄라이트와 마사토
일반 상토의 답답함을 해결해 주는 대표적인 부재료가 바로 펄라이트와 마사토입니다. 두 재료는 성질이 완전히 다르므로 용도를 정확히 알고 섞어야 합니다.
1) 펄라이트 (하얗고 가벼운 인공 돌)
진주암을 고온으로 튀겨낸 펄라이트는 팝콘처럼 하얗고 매우 가볍습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미세한 구멍이 무수히 뚫려 있어, 흙 사이에 들어가 공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흙이 단단하게 뭉치는 것을 막고 산소가 드나드는 숨구멍을 뚫어주어 배수성과 통기성을 동시에 높여줍니다. 무게가 거의 나가지 않아 대형 화분의 무게를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2) 마사토 (거칠고 묵은 자연 모래 돌)
화강암이 풍화되어 생긴 마사토는 씻은 마사와 안 씻은 마사로 나뉩니다. 분갈이용으로는 반드시 '세척 마사토'를 써야 합니다. 씻지 않은 마사토는 진흙 같은 미세한 돌가루가 묻어 있어, 물을 주면 이 가루들이 화분 바닥으로 내려앉아 배수 구멍을 단흙처럼 막아버리기 때문입니다. 마사토는 무게감이 있어 식물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고, 물이 위에서 아래로 빠르게 흘러내려 가도록 돕습니다.
## 초보자도 실패 없는 용도별 황금 배합 비율
모든 식물에 똑같은 비율의 흙을 줄 수는 없습니다. 내가 키우는 식물의 성격에 맞춰 상토와 부재료의 비율을 조금씩 조절해 보세요. 보통 종이컵을 기준으로 계량하면 편리합니다.
- 일반 관엽식물 (몬스테라, 고무나무, 스킨답서스 등)
가장 무난하고 안전한 표준 배합입니다. 물도 적당히 머금으면서 배수가 잘되어야 합니다.
비율: 일반 상토 7 : 펄라이트 2 : 세척 마사토 1
- 건조하게 키워야 하는 식물 (다육이, 선인장, 산세베리아 등)
물이 조금이라도 고여 있으면 바로 무르는 식물들입니다. 배수성의 비율을 파격적으로 높여야 합니다.
비율: 일반 상토 4 : 펄라이트 3 : 세척 마사토 3
- 물을 좋아하는 식물 (이끼류, 수국, 일부 고사리 등)
흙이 바짝 마르면 잎이 타들어 가는 식물들로, 보수성이 조금 더 유지되는 것이 안전합니다.
비율: 일반 상토 8 : 펄라이트 2
## 물길을 열어주는 화분 바닥 배수층 만들기
흙 배합만큼 중요한 것이 화분 가장 아래쪽에 만드는 '배수층'입니다. 화분 바닥의 배수 구멍 위로 흙을 바로 채우면, 물을 줄 때마다 흙이 구멍을 막아 물이 아래로 빠지지 못하고 고이게 됩니다.
화분 바닥에 깔망을 크기에 맞게 잘라 깔아줍니다. 흙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필터 역할을 합니다.
깔망 위에 화분 전체 높이의 5분의 1에서 6분의 1 정도 두께로 거친 입자의 재료를 깔아줍니다. 이때는 세척 대립 마사토나 난석(휴가토)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형 화분의 경우 마사토를 너무 많이 깔면 화분이 지나치게 무거워져 이동하기 힘들어지므로, 가벼운 난석이나 발포매트를 잘라 배수층을 만드는 팁을 활용해 보세요.
이 배수층이 확실하게 확보되어야 물을 주었을 때 정체 없이 바닥으로 즉시 주르륵 흘러나와 뿌리의 과습을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습니다.
## 이번 편 핵심 요약
시중에서 파는 일반 분갈이 상토는 실내에서 쓰기에 보수성이 너무 강해 과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흙의 통기성을 높이기 위해 하얗고 가벼운 '펄라이트'와 깨끗이 씻은 '세척 마사토'를 상토에 적절히 섞어 써야 합니다.
화분 바닥에는 전체 높이의 15~20% 정도 난석이나 굵은 마사토로 배수층을 만들어 물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 다음 편 예고
다음 5편에서는 따뜻해지면 찾아오는 가드닝의 최대 불청객을 예방하고 퇴치하는 "여름철 불청객 응애와 뿌리파리, 친환경으로 박멸하기"에 대해 다룹니다. 약을 쓰지 않고도 집에서 안전하게 벌레를 잡는 천연 방제법을 소개해 드립니다.
## 여러분의 생각을 공유해 주세요!
혹시 집에서 분갈이를 직접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때 일반 흙만 쓰셨는지, 아니면 펄라이트나 마사토를 섞어 쓰셨는지 여러분의 경험담을 댓글로 나누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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